연말연시를 따뜻한 곳에서 보내고 싶어 태국으로 향했다. 골프러버 한국인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체험하고자 와이프와 같이 한 결정이었다.
한가로운 개인적인 일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지속 중이고, 최근의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도 여러 국가의 이해득실과 연계되어 있어 수습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대만을 중심으로 한 미중 영역 싸움도 가까운 미래에 전쟁발발의 위험이 높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2024년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우려해야 하는 사태로 연초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연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응한 후티 민병대의 상업용 선박 공격으로 인해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경로를 우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아시아에서 멕시코만 연안으로의 배송경로인 파나마운하 역시 지속적인 가뭄에 따른 통과가능 선박 수 제한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무역을 진행하는 화주들에게는 연초부터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대한 주의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선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출처=calcalistech, Getty Images]
작년부터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역시 물류 산업에게 올해 더 분명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수출국 순위 1위로 미국이 중국을 제쳤다는 소식과 함께 블록화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물류에도 많은 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수에즈운하 사태 대응과 해상운임 예상
수에즈운하 당국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통과 선박은 2022년 기준 23,851척이며, 하루 평균으로는 68척의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전 세계 물동량에 12%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화물선에 대한 후티 주도의 공격 가능성을 고려하여 해운 선사들은 빠르게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자신들의 선박이 직접 타겟이 된 MSC 와 하팍로이드는 지난해 연말부터 선박 채널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사 | 취해진 조치 | 추가요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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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 해당 지역의 모든 Maersk 선박에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항해를 일시 중지하도록 지시 | 긴급 위험 추가 요금, 2024년 1월 8일 발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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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A CGM | 희망봉을 통과하여 예정된 항로에서 여러 선박의 경로를 변경함 | 12월20일 부터 홍해 추가요금 및 비상 추가 요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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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팍 로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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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전쟁 위험 추가 요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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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 | MSC 선박은 수에즈 운하 동쪽 방향과 서쪽 방향을 통과하지 않고 대신 희망봉을 사용합니다. | 12월 23일 부터 비상 추가 요금 적용 | |
ONE Line | 희망봉을 사용하여 수에즈 운하와 홍해에서 선박 경로를 변경 | 12월 20일 현재 없음 | |
Evergreen | 이스라엘 화물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희망봉을 경유하는 선박의 항로를 변경함 | 12월 20일 현재 없음 | |
OOCL | 이스라엘 화물 임시 중단 | 12월 20일 현재 없음 | |
ZIM | 11월 말부터 아라비아 및 홍해에서 일부 선박의 항로 변경 시작 | 전쟁 위험 보험료 할증료, 11월 22일부터 시행 |
(출처 : supplychaindive.com, 2023.12.22일자)
선박요금의 경우 아시아발 북유럽향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며, 정기노선은 물론이고, 스팟요금도 인상이 진행중이다. 예로 싱가포르에서 로테르담까지의 경로로 남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를 선택하는 경우 3,500km를 더 이동해야 하며, 이로 인한 추가 연료비용 및 7~10일 정도의 리드타임 연장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2021년 발생했던 수에즈운하 통행 중단 사태 당시의 요금인상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인해 발생되었던 당시 한달 간 해당 노선의 운임이 16% 가량 상승하였고, 이후에도 팬데믹 기간의 수요 증가로 선박 통행이 몰리면서 운임강세는 상당히 지속되었던 바가 있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와 수에즈운하 용량증가로 인해 2021년 당시의 급격한 운임상승 수준을 아닐 것이며, 상승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망 재편의 필연성과 물류의 대응
온쇼어링(Onshoring), 니어쇼어링(Near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의 용어로 대변되는 미국 중심의 블록화 공급망 재편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다.
단지 무역분쟁 및 전쟁과 같은 정치적 혹은 지정학적인 이슈만으로 공급망 재편을 바라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추가적으로 여러 공급망 재편의 이유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출처 : 보스턴컨설팅그룹)
미국 입장에서 해외 아웃소싱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과 위험을 고려한 평균운반비용(Average Landed Cost)을 국가별로 산출한 자료를 보면, 왜 미국이 멕시코, 베트남(동남아시아), 인도를 아웃소싱 파트너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논리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동시에 현재 미국이 원하는 공급망 재편의 흐름이 단기적인 결정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평균운반비용은 관세, 운송, 제품 리드타임, 브랜드 위험, 배출량 등의 직접 비용을 포함한 기타 비용 요소를 고려한 총괄 비용 개념)
지정학적 위험과 팬데믹 시절 경험한 수요패턴의 급격한 변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리드타임과 민첩성 관점에서 공급망 관리를 바라봐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예로 기업은 소비자 시장에 더 가까운 곳에 재고가 적시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한 수요예측을 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이 불가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고 물류뿐만 아니라 생산거점까지 소비자 시장에 가까이 두려하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다른 요인만큼은 아니지만 ESG 목표와 관련된 이유도 현재의 공급망 재편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데, 예로 생산기지의 중국으로부터 미국으로의 이전을 물류 과정의 탄소배출량 감소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등을 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작년에 이어 갑진년 2024년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지속적인 흐름이 될 것이고, 국지적 분쟁과 같은 정치적, 지정학적 이유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 노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물류는 항상 시장변화에 비례해서 성장의 기회가 있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한해의 시작을 기원해 본다.
(※본 원고는 ‘뉴스투데이’에 실린 제 기고문을 업데이트 한 내용입니다.)